[2014.10.17 월간 헬스조선] '오늘밤은 통증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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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통증을 가진 사람은 밤이 무섭다. 낮에는 그럭저럭하던 통증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우면 심해지는 탓이다. 특히 관절이나 근육 질환의 통증은 거의 예외 없이 밤만 되면 고강도로 엄습한다.
- ▲ (사진=헬스조선DB)
야간 통증이 가장 흔하고 심하게 나타나는 질환은 오십견이다. 나이가 들면서 어깨 관절을 둘러싼 주머니인 관절낭에 염증이 잘 생기는데, 그러면 염증 부위에 부기와 통증이 생기고 근육이 딱딱하게 섬유화되어 어깨가 굳는 질환이다. 특히 오십견 초기에는 관절낭에 염증성 혈관 증식이 유발돼 통증이 생기는데, 이 통증이 주로 밤에 나타난다. 낮 시간에는 아무래도 어깨를 계속 움직이게 되므로 근육 강직이 좀 풀리는데, 자려고 누우면 어깨 움직임이 없어지면서 낮 동안 다소 풀렸던 근육이 굳어져서 통증이 심해진다.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온찜질을 해서 어깨 관절을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 놓으면 야간 통증을 다소 줄일 수 있다.
허리디스크나 퇴행성관절염도 해가 지면 통증 강도가 올라간다. 역시 낮 동안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활동한 척추나 무릎 관절의 피로가 저녁 이후 쉬거나 잘 때 몰려오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자는 동안, 제자리를 벗어난 디스크 주변의 근육.인대.근막이 유착되고 무릎 관절은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쉽지 않다. 손목터널증후군같이 근막이 신경을 눌러서 생기는 통증 또한 야간에 주로 나타난다.
치통도 밤에 더 심한데, 희한하게 심장 박동 리듬에 맞춰 이중주(二重奏)로 괴롭힌다. 치아의 단단한 겉부분 안쪽에는 신경과 혈관이 있는 치수조직이 있다. 충치로 치수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치수 내 혈관이 확장되면서 치수 내 압력이 상승한다. 그러나 치수는 바깥쪽 경조직 때문에 팽창하기 어려워서 내부에서 증가된 압력이 해소되지 못하고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자려고 누우면 머리 위치가 낮아지면서 혈액이 더 많이 몰려들어 치아 속 치수조직 내 혈관을 더욱 확장시킨다. 혈관이 확장된 만큼 치수 내 빈 공간은 더 좁아지고, 압력은 더 강해져서 치통이 심해진다. 치통이 심박동과 이중주인 것도 심장이 뛸 때 혈류량이 늘어 혈관이 더 확장되기 때문이다. 즉, 치통은 밤잠이든 낮잠이든 누우면 심해지는 것이다. 치통이 심해지면 냉수를 입에 머금어 볼 것. 냉기가 혈관을 수축시켜 통증이 조금 누그러진다.
편두통도 밤에 심해지는데, 이는 상당수의 편두통이 두개골 내의 혈관이 확장하면서 주변의 뇌신경을 자극해서 일어나는 혈관성 두통이기 때문이다. 치통과 마찬가지로, 자려고 누우면 머리 위치가 낮아지면서 혈액이 머리에 몰려들어 혈관을 확장시켜서 두통을 심하게 한다.
진통제를 거의 매일 복용하는 만성두통 환자는 밤에 두통이 심해져 자다가 일어나서 진통제를 먹고 자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중에 파는 카페인이 함유된 진통제나 편두통약을 오래 복용하면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약을 먹지 않으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두통과 금단현상이 극심해지지만, 그래도 먹던 약을 끊고 전문의의 체계적인 진료를 받으면서 두통을 치료해야 한다.
신체적인 이유와 함께, 정신없이 활동하던 낮보다 가만히 쉬는 밤이면 통증에 더 신경 쓰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들 때까지 라디오를 듣거나 독서를 해서 주의를 분산시키면 통증을 덜 느낄 수 있다.
/ 노은지 기자 nej@chosun.com
도움말: 문동언(문동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이향옥(에스플란트치과병원 원장)
월간헬스조선 10월호 52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원문=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17/20141017018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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